나로 돌아가자
2019년에 해외출장도 다니고,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느라, 결혼이란 새 출발을 할 때도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모두 막혀 회사 내 업무 방향도 완전히 바뀌고 새로운 시대를 따라잡고자 예열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말부부에 익숙해져서 그저 편안했다.
2021년에는 CES2021, 코딩 같은 하고싶던 공부와 취미생활에도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결혼생활도 통장결혼식을 통해 제대로 시작했다.
그러다, 외할머님 방문, 남편친구 모임, 형님내외와 시부모님께서 같이 사는 곳에서 명절 지내기
3주 연속 일정에 마치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나름대로 많이 내려놓고(익숙해졌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 명절이 끝난 휴일, 할 얘기가 있으시다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내가 그동안 잔소리 거의 안했지? 우리 며느리잖아. 그리고 너는 동서잖아. 나 때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았니. 자식끼리 돈 문제는 사전에 여자들끼리 이야기 하는거야. 이번 음식값은 내가 낼게. 형님 형님 하면서 따라다니는걸 좋아한다. 설거지 하면서 남편 욕하면서 친해지는거야. 너네 남편 주방 못 들어오게 해라. 넌 잘 할 것 같은애가 싹싹하게 그런걸 잘 못하니. 정말 서울에 올 생각은 없는거니? 아버지는 너가 400만원 버니까 대구에 있는 줄 알아. 그거밖에 못버니? (교사 9호봉 급여가 208만원. 매년 10만원씩 오름) 평소에도 와이프가 못 챙겨주는데, 왔다가면서 남편 방 깨끗하게 청소를 못하니, 먼지가 그렇게 많니."
솔직한 것이 무례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나도 실수 한 적이 있지 않을까 아차 싶었다.
어머니도 며느리둘은 처음이니까, 며느리가 많은 시집살이를 하셔서 어머니의 환경과 경험에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실테고, 자신의 개입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어머님도 실수 하실 수 있으니까.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분명 여리고 섬세한 성격으로 쿨하게 편하게 해주시는 분인데.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예전 사고에, 집안 행사나 차려야할 허례허식은 또 다 해야하고. 우리집과 달리 결혼 전 자녀 급여나 재산상황 등 경제적인 측면 같은 중요한건 정확히 모르시면서, 아들의 방정리는 왜 오빠가 아니라 나한테 말씀하시는거지. (우리집에서 오빠랑 같이 정리하는 건 당연한 일지만)
나도 평범한 한국의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고 서로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과정이라, 어머님께서 못할 말은 아니라고도 생각하지만, 이걸 당연하게 여기면 모든게 당연해질 것 같아서 내 얼굴 침뱉기 여도 이 기분과 내 생각을 남기고 싶다.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내 권리를 챙기면서, 어머님 전화에는 왜 그렇게 못했나 싶다.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란 책을 얼른 다운받아 읽고, 뭔가 권위의식, 사회가 보는 여성의 시선 등 정리해나가고, 나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고 싶다.
명절과 생일 1년에 최대 4번만 가야겠다 앞으로 (라고 해놓고 주말부부 특성상 1~2달에 한번씩은 꼭 올라갈텐데 얼른 나의 방식을 만들어야겠다)